생물학적제제의 콜드체인 관리 기준을 강화시킨 개정 ‘생물학적 제제 제조·판매 관리 규칙’이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대한 의약품유통업계와 약국 등의 반발과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강화된 배송규정에 따라 유통업체들이 납품을 꺼리면서 환자들의 불편도 이어졌다.
특히 인슐린제제가 운송 강화 대상에 포함되면서 당뇨병 환자들의 불만이 커졌다.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1형 당뇨인들은 제때 인슐린을 맞지 않으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이재현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의 의견과 식약처, 환자(대한당뇨병연합)의 입장은 어떤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의약품 특성 고려한 과학적 규제가 이루어져야”

이재현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

이 재 현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

Q1. 소비자들은 인슐린제제의 콜드체인 관리보다 ‘필요할 때 배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가정에서 냉장보관하면 2℃~8℃가 지켜지지 않을 수 있는데, 이로 인한 인슐린제제
의 안전성 문제는 없나?

A1.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그 안정성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긴급하게 사용 승인을 받은 것이다. 오랜연구로 안정성이 검증된 인슐린제제와는 상황이 다르다. 의약품마다 일정시간 온도를 벗어나도 품질이 유지되는 것이 있고 인슐린은 이와 관련된 오랜 연구로 안정화가 검증된 의약품이다. 의약품마다 연구 기간, 안정성, 보관 상태, 온도에 따른 영향 등 성질이 모두 다른데, 이번 정책은 각각 의약품의 특징을 고려하지 않아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Q2. 생물학적제제 유통 규제 강화 정책 위반에 따른 처분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많다. 또, 이러한 과도한 처분에 따라 콜드체인 의약품을 취급하지 않겠다는 약국도 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A2. 규제가 과하니 당연히 취급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콜드체인 의약품을 취급하는 약국과 취급하지 않는 약국으로 시장이 양분될 가능성이 크다. 인슐린 사용 환자가 많기 때문에 인슐린제제를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인슐린제제 외에도 대상이 많다. 온도관리가 필요하지 않은 생물학적제제도 있으며, 생물학적제제가 아닌데도 온도관리가 필요한 의약품도 있다. 이는 의약품의 성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과학적 무책임’으로 볼 수 있다.

Q3. 약국가 말고 유통업계도 콜드체인 도입으로 인한 손실이 크다. 콜드체인 장비와 인건비가 가장 큰 문제도 떠오르고 있는데 이외에 또 어떤 어려움이 있는가?
A3. 콜드체인 관리 강화로 인한 수송용기와 시스템 도입 비용, 의약품 포장과 관리가 복잡해지는 데 따른 인건비 상승이 가장 큰 문제다. 유통업계에서 이를 모두 감당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 재고관리와 반품도 문제다. 콜드체인 의약품을 반품하려면 의약품이 콜드체인 보관이 되었는지 검증하고 콜드체인 시스템으로 반품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폐기되는 의약품이 상당할 것이다. 그러면 의약품 폐기 비용이 또 발생하는 등 문제가 계속된다.
 

이재현 교수는 “단순히 생물학적제제이기 때문에 콜드체인 배송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며, “의약품의 특성을 고려한TOR(Time out of refrigerarion: 온도를 벗어나도 품질이 유지되는 시간 자료 또는 제품품질 유지 온도 관련 의견서)에 따라 근거 중심의 과학적 규제가 이루어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슐린 제외하거나 배송문제 해결해야

대한당뇨병연합 입장

Q1. 생물학적제제 관련 운송 규제 강화 정책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는가?
A1. 인슐린 구매 자체가 어려워졌다. 기존에 인슐린을 구매하던 약국에서 인슐린 재고가 없다고 말한다. 인슐린의 콜드체인 배송이 의학적으로 어떤 이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당장 약을 구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 아닌가.

Q2. 인슐린제제를 콜드체인 배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A2. 매우 무더운 한여름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봄, 가을, 겨울에도 콜드체인 배송이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콜드체인 배송 없이도 문제없었다. 환자들이 집에서 냉장보관할 때 냉장고 온도를 2℃~8℃로 설정해 사용하지 않고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콜드체인 유통보다 의약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Q3. 강화된 생물학적제제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가?
A3. 인슐린은 온도에 따른 변화보다 제조시점에 따른 변화가 크다. 가장 최신에 제조된 인슐린을 맞는 것이 효과적이다. 때문에 생물학적제제 규제에서 인슐린을 제외해주거나 인슐린 배송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되면 좋을 것 같다.

※이상은 대한당뇨병연합 사무국 담당자와의 인터뷰이다.

 

인슐린제제에 한해 계도기간 6개월 연장

식약처 입장

식약처는 지난 8월 16일 환자단체·유통업계·대한약사회·제약사 등과 함께 계도기간 연장과 인슐린의 효율적인 공급방안을 논의했다. 그 결과 인슐린제제에 한해 ‘생물학적 제제 등 유통온도 관리 강화제도’ 적용의 계도기간을 연장했다. 계도기간은 6개월 연장되어 내년 1월 17일까지다.

식약처가 관련 업계와 함께 마련한 인슐린 공급 효율방안은 ▲인슐린 보유 도매상 정보 공유 시스템 구축·운영, ▲인슐린 공급 모니터링 강화다.

식약처는 “이번 계도기간 연장은 약국에 인슐린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환자의 인슐린 구입 시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 준비기간을 부여하는 조치”라며 “생물학적 제제 등 유통온도관리 강화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한국의약품유통협회와 함께 계도기간 동안 유통업계의 인슐린 배송 횟수 변화, 수송설비 구비 여부 등 제도 적용을 위한 준비상황을 주기적으로 면밀히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식약처의 관련 발표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저작권자 © 콜드체인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