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중국 내 한국 식품기업의 진출과 물류업체 동향, 그리고 삼양로지스틱스의 약진 – 전편-

채준재 한국항공대학교 교수

2025-09-15     Cold Chain Insight

 

2024년 하반기, aT 칭다오 물류센터가 ‘전시·홍보·물류’ 기능을 한데 묶은 복합 거점으로 재정비되고 위탁운영사로 삼양로지스틱스가 선정되면서 K-푸드의 중국 내 유통지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aT의 정책형 인프라와 민간 3PL의 실행력이 맞물리며 ‘칭다오 허브–중국 전역’의 확산 경로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위생·통관 규정 고도화, 다온도대역(상온·냉장·냉동) 관리, CBEC(跨境 商:Cross-Border E-Commerce:국경간 전자 상거래) 모델 선택이 동시에 요구되는 이 시장에서 누가 End to End로 ‘보이는 물류’를 제공하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본 기고문은 중국에서의 한국 식품기업 진출 현황과 이를 떠받치는 물류업체의 구도, 삼양로지스틱스의 중국 내 위상과 경쟁전략을 중심으로 현황과 시사점을 정리했다.

중국 내 한국 식품기업의 진출 현황: ‘온라인이 키우고, 오프라인이 확산한다’
2024년 한국 농식품의 대중국 수출은 15억 1,260만 달러로 전년 대비 7.9% 증가했으며 라면(20.9% 증가, 2억 6,050만 달러)과 중국내 커피전문점, 카페 프랜차이즈 등을 통한 음료가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티몰·징둥 등 중국 온라인 플랫폼의 판매 확대가 있었다. 한국 농식품의 국가별 수출 현황은 미국이 20.8%로 최대 수출지였고, 중국은 18.1%로 2위를 차지했다. 이는 온라인과 신선소매 채널의 회복에 따라 라면·과자·김류·즉석식 등 생활식 중심으로 K-푸드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내 K-푸드 유통은 크게 일반무역, CBEC(보세재고형 1210·직구형 9610), 그리고 일부 현지 생산·유통으로 나뉜다. 1210은 보세구에 재고를 두고 통관 후 소매로 출하하는 방식이며 9610은 직구형 모델로 리드타임과 마케팅 전략에 따라 병행 활용된다. 또한 2022년부터 시행된 중국 해관총서령 GACC(General Administration of Customs of China) 248·249에 따라 해외 식품 제조·가공·보관시설의 등록과 라벨에 중국 등록번호 표기가 의무화되었다. 이에 따라 브랜드와 수입상뿐 아니라 물류기업 역시 통관과 표준화 역량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칭다오 허브’가 갖는 전략적 의미와 공공–민간의 결합 모델
aT 칭다오 물류센터는 2014년부터 중국 수출 물류의 관문 역할을 수행해 왔다. 연면적 25,719㎡ 규모에 저온·상온창고와 온라인 소포장 풀필먼트 체계를 갖춘 복합 물류시설(자료 : aT 보도자료, 2024_08_23)로 2024년 8월 신규 위탁운영사로 삼양로지스틱스가 선정되며 네트워크·서비스가 고도화됐다. 이는 정책형 거점과 민간 3PL의 실행력을 결합해 ‘전국 공동물류’ 기반을 강화하는 조치라고 볼 수 있다. 과거부터 이 센터는 홍보·바이어 연계·원스톱 수출지원(GB 규격, 라벨링, 성분검사 등) 기능을 병행해 왔고 최근에는 중국 내륙 창고비 및 냉장·냉동 운송비 80% 지원(칭다오→상하이·베이징 등) 같은 실질적 비용 지원 프로그램의 강화로 ‘칭다오 허브–전국’의 확산 속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 식품을 맡는 물류업체의 현재 구도
한국계 및 국제 3PL의 중국 현지 역량을 살펴보면, 우선 삼양로지스틱스는 2023년 11월 상하이에 중국법인을 설립하며 ‘중국 내 No.1 K-물류회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aT 칭다오 물류센터 운영을 계기로 중국 주요 거점에 공동물류센터를 확대하고 콜드체인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으로는 중국 내 6개 물류센터를 확보했으며 기존 계열사 물량을 중심으로 한 2PL에서 외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3PL 영역까지 사업을 넓혀가고 있다.

한편 과거 CJ대한통운의 중국 현지 법인이었던 CJ Rokin(현재 Rokin)은 중국 전역 48개 거점과 약 100만㎡ 규모의 물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냉동·냉장 물류에 강점을 보여 중국 냉동·냉장물류 100대 기업 상위권에 올라 있다. 현재는 지분 70% 이상이 중국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FountainVest Partners에 매각되었는데 매각 이전에는 K-푸드의 대량 저온물류 처리와 전국 단위 중·장거리 분배에서 ‘백본(Backbone)’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매각 이후에는 Rokin Logistics and Supply Chain Co., Ltd 명의로 독립운영 되면서 K-푸드를 포함한 MNC(Multi National Company) 기업들의 식품·제약·콜드체인 영역의 주류로 자리하고 있고 다수의 식품·외식 고객을 대상으로 한 중립 3PL성격이 강화되었다. CJ는 중국 법인(로킨)과의 결합을 통해 큰 그림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었으나 갑작스런 매각으로 중국내 거대 K-물류업체에 대한 장기 비전은 사실상 접게 되었다는 평가가 현장 실무진 사이에서 제기되었다. LX판토스는 중국 내 60개 이상의 법인, 사무소, 창고를 운영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시노트랜스와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한·중 복합운송을 강화하고 현지 라스트마일 네트워크와의 연계를 확대하고 있으며 해상·철도·항공을 아우르는 대량 운송에서 K-푸드의 수요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또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24년 중국 인공지능 기업 메그비(Megvii)와 협력해 물류센터 자동화 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현지 물류거점의 고도화와 전자상거래 기반의 주문형 물류 처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중국 내 라스트마일 및 전자상거래 물류는 징둥물류(JD Logistics), 차이냐오(Cainiao), 순펑 냉운(SF Cold Chain)과 같은 로컬 강자의 영향력이 크다. K-푸드의 성공적인 시장 진출은 한국계 3PL이 수입, 창고, 중장거리 운송을 담당하고 로컬 물류사가 최종 배송을 맡는 하이브리드 구조 위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