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는 폭발적인 ‘생산성 혁신’의 주역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창조적 인간은 끊임없이 연구에 몰입한다. 그중, 동력전달을 받은 ‘기어’는 생산성을 증폭시키는 결정적 요소이다. 좋은 예로 무려 5,000년 전 인간은 목화라는 식물에서 씨앗을 추려내고 난 후, 목화솜덩어리를 얻어내는 획기적인 발견을 했다. 그런데, 그 솜 덩어리는 짧은 솜 섬유들로 뭉쳐져 있어 그 자체로는 그저 솜 덩어리일 따름이었지만 그중 한 천재가 섬유끼리 꼬아서 뽑아내니 가늘고 긴 실의 형태가 되는 것을 알고 이를 세게 되감으니 튼튼한 ‘실’이 되는 거대한 발명을 하게 된다. 섬유산업의 시발점이자 인류의 라이프 스타일 혁명이다. 이 혁명을 ‘노동’관점에서 바라보면 목화에서 실이 생산되는 과정은 100% 수작업이었다. 수작업의 경우, 동력(Input) 1에 대해 출력물(Output) 1인 1:1의 생산성이다. 대부분의 생산자는 그저 실을 만드는 노동을 하지만 그 중 소수의 창조적 또는 성질 급한 인간에게는 어떻게든 적은 동력으로 더 많은 성과를 얻을까하는 건설적이고 생산적 연구대상이었을 것이다. 피나는 연구와 노력 끝에 찾아낸 솔루션은 바로 ‘기어’였고, 이 기어로 인해 동일한 동력으로 20배 이상의 생산성 증폭을 실현시킨다. 이후, 인류의 산업사에서 ‘생산성 혁신’이라는 산업전쟁의 서막을 알리게 되었으며 기술혁신을 통한 대형화와 고속화는 필연적으로 산업혁명을 불러일으켰다.
반면, 노동과 자본이 분리되는 과정에서 ‘생산성 혁신’은 역설적으로 ‘인간성 상실’이라는 흑역사도 자초 했다. 5,000년 전 실의 발명이 5,000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기어’에서 ‘알고리즘’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하여 여전히 우리 인간에게 ‘생산성 혁신’을 채찍질하며 ‘인간성 상실사회’를 부추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생산성 혁신전쟁은 일본 역시 예외일 수 없으며 일본의 근대산업의 근간이기도 하다. 일본 국가대표 글로벌 Top기업 Toyota의 뿌리 역시 섬유산업의 자동직기 발명에서 시작되었으며 핵심 그룹사로 매출 규모 15조를 넘는 Aisin AW는 기어부품의 복합체인 자동차 자동변속기분야 글로벌 Top을 고수하며 그들만의 해법으로 ‘인간성 회복’을 실현중이다.
‘수동에서 자동’으로 페러다임 전환을 전환시킨 기어
물레방아(수차)와 풍차는 기어의 원초적 발명품이며 인간을 수작업 노동에서 해방시켜준 혁신사례이다. 동력이 인간의 노동력에서 물과 바람의 중력으로 전환되었다. 메이지시대, 일본에서 첫 자동식 공장은 강물의 흐름에 물레방아를 걸고 그 동력원으로 천을 짜며 생산성 혁신과 더불어 공장의 자동화 시대를 개막했다.
한편, 18세기중반 유럽에서는 증기와 전기, 오일 등의 동력원 혁신을 바탕으로 자동화와 더불어 ‘대형화와 고속화’의 산업혁명 열풍이, 20세기 초반 미국의 마차에서 기관차로의 이노베이션은 앞서 서술한 ‘인간의 기계노예화, 인간성 말살, 안전과 위생의 열악성’ 역시 인류파괴적 측면을 자동으로 증폭시켰다. 같은 시대, 일본은 특히 Toyota그룹을 축으로 ‘자동화, 생산성혁신, 고속화, 대형화’와 더불어 ‘인간성 존중’이라는 미명하에 전편에서 언급한 일본 창조문화속의 ‘연구개발, 대중화, 인재양성’을 통해 ‘원자재 자동공급, 100% 양품생산, 생산성 극대화, 다대관리’를 실현한 사실은 확인가능하다. 인간을 기계의 노예로부터 해방시키고 안전을 대전제로 철저한 낭비(헛일)제거를 통한 가치작업 극대화로 사원 개개인의 인간성 존중과 기업이익을 동시에 얻는 일석이조 전략이 지금도 일본의 우량기업에서 유효하다. 이에, 200사가 넘는 일본주요기업이 회원으로 있는 일본중부산업연맹에서는 Toyota의 일하는 방식을 분석한 ‘일본경영관리표준(JMS, Japan Management Standard)’을 구축하고 지속적 확산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참고로, 일본이 말하는 ‘인간성 존중’이라는 표현이 마치 사원들의 복리후생이나 업무시간을 짧게 임금은 높게 지급하는 의미로 종종 오해되곤 한다. 그들이 말하는 ‘인간성’이란,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만의 특성을 ‘인간성=무한한 창의연구성’으로 규정하고 ‘창의성 극대화’가 기업 존속의 핵심이라는 의미이다. ‘JMS’를 ‘기어적 관점’에서 본다면 일본산업의 경영혁신의 ‘자동화, 생산성 증폭’을 위해 Toyota의 업무방식을 동력으로 한 ‘표준기어’를 구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어적 관점’은 사업성공과 행복달성의 솔루션
필자는 일본 현지에서 인문학적으로 관찰해온 창조적 일본인들의 머리 속을 ‘기어적 관점’이라고 부른다. 이 ‘기어적 관점’은 국가, 기업, 개인과 관계없이 고유목적과 행복달성의 솔루션일 수 있다. ‘기어적 관점’에서 ‘기어’가 내포하는 양대 기본 특성은 첫 번째, ‘연결(전달 및 연계연동)’이며 두 번째, ‘흐름’이다. 정부든 기업이든 조직원들로 구성된 ‘조직도’가 있을 것이다.
하나의 기어는 하나의 팀 또는 부서이며 톱니바퀴의 톱니 수는 그 팀의 팀원 수이다. 팀간 또는 부서간의 기어는 기업의 목적을 향해 과학적, 합리적으로 잘 연계연동되어 업무전달이 되고 있는 가를 보는 청사진이다. 여기에 ‘흐름’이 곱해져야 한다. 당연히 조직은 기계가 아니다. 유연하며 창의적인 인간들의 집단이다. 그러기에 더욱더 ‘흐름’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조직부서와 구성원 모두가 각자 따로따로가 아닌 ‘흐름’ 관점에서 토론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있다면 혁신의 박차가 가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성공기업과 실패기업의 갈림길은 멋진 조직도의 겉모양 유무가 아니다. 조직내, 부서간, 팀내 팀원간의 ‘연결(연계연동)과 흐름’을 막는 요소를 얼마나 제거했는냐, 그리고 자동적으로 제거될 수밖에 없는 시쿠미와 시카케(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냐에 달려있다. 방치하면 세 가지 증상이 반드시 발생하며 곧 조직력을 쇠퇴시킬 것이며 성공확률은 저하된다. 세가지 증상은 ‘낭비, 무리, 정체(막힘)’ 이다. 누군가는 시간이 남아 ‘낭비’속에 있으며 동시에 누군가는 시간에 쫓기는 ‘무리’를 하게 된다. 또 업무정보나 작업라인이 흐르지 않고 정체되거나 또는 정보처리나 작업물 공급 차질로 멈추는 ‘막힘’ 현상이 일어난다. 일본에서는 이 세 가지 증상에 대해 직원의 책임이 아닌, 팀 리더, 관리자, 경영자의 책임이라고 명시되고 있다. ‘기어적 관점=연결(전달, 연계연동)×흐름’으로 정리한다. 특히 ‘기어적 관점’은 디지털, IT관계자에겐 ‘경영과 업무의 가시화’라는 측면에서 핵심역량인 만큼 더욱 유효한 아날로그적 관점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국가경쟁력 역시 ‘산·관·학·민’의 연결과 흐름, 즉 걸림 요소의 해소 역량과 직결된다.
‘기어적 관점’ 그 자체의 이해는 어렵지 않지만 실무에서의 ‘낭비, 무리, 막힘’을 제거하는 것은 지속적 ‘혁신활동’ 대상이기에 각오와 지속적 실천이 필요하다. Toyota그룹의 ‘Kaizen(개선)’대상이 상기 세 가지이며, Kaizen은 끝이 없다고 단정하고 반세기 동안 지속하고 있다. 기계적 ‘기어’는 오래 쓰면 노후화되며 그 생명력을 잃어가지만, Kaizen이라는 개선활동 기어는 쓰면 쓸수록 강도가 강해지며 생명력이 길어진다.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나, Kaizen활동은 영원하다하니 이것이 곧 기업의 영속성과 직결되는 ‘기어적 관점’ 대목이다. 일본은 심지어 기업의 휴일조차도 1년을 3등분하여 ‘4개월×3=12개월’ 즉, 4개월에 한번씩 7~9일 연휴로 기업을 올스톱시켜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있지만 달력에는 드러나지 않는다. 연말 연초 연휴 4월말 ~ 5월초 골든 위크, 8월 15일을 포함한 주가 장기연휴이다. 음력설이나 추석, 개인 여름휴가도 없다. 기업의 회계는 4분기, 기업의 업무시계 기어는 4개월에 1회전한다. 그야말로 ‘기어적 관점’이라 할 수 있으며, ‘기어’는 ‘흐름의 철학’인 것이다. 끝으로, 물류업계를 ‘기어적 관점’으로 보면 제조판매업계의 기어와, 소비자 기어와의 ‘연결과 흐름’을 책임지는 대형기어가 물류업계일 것이다. 물류기업은 ‘낭비, 무리, 막힘’을 풀어가는 것이 경영의 묘이자 곧 경쟁력이 될 것이다. 필자는 한국인이다. 한국인의 발상력과 응용력, 개발력의 탁월함을 안다. ‘기어적 관점’ 전환과 무장이 혁신의 묘약이 되길 바래본다.
다음호에서는, 일본어와 한국어의 비교를 통해 각국의 언어특성이 해외시장개척에 어떠한 전략적 차이를 내는지에 관해 언어학적이 아닌 경영학 전략론적 관점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