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Woven City’의 행보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필자의 일본 연구테마와 활동특성상 로봇, 자동차, 가전, 반도체 분야의 대기업과 관련업체들의 현장시찰 기회가 잦은 편이다. 테마는 늘 한결같이 ‘이노베이션’ 그리고 ‘지속적 이노베이션이 가능한 인재육성’이다. 그중 이번 ‘Woven City’는 헤비급이다. Woven City는 現 Toyota 회장인 토요다 아키오의 증조부 토요다 사키치(豊田佐吉)가 직물생산을 위한 자동직기의 첫 특허를 취득한 1891년(당시 24세)을 시점으로 1926년 토요타자동직기제작소(現 토요타 자동직기)설립. 이후 약 100년 동안 직기에서 자동차를 거쳐 로봇과 모빌리티로의 개념 확대를 통해 직기의 정신(단 한 올의 끊김없는 100% 양품생산 시쿠미, 인변자동화 개선사상)과 TPS 및 로봇, AI중심의 모빌리티가 융합되어 창조된 ‘입체 발명품’인 것이다. 즉, 1600년대 에도시대 카라쿠리(목재로봇, 모노즈쿠리)문화 이후,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의 발명노력과 경영사상, 기술혁신 및 이를 가능케 하는 인재육성의 축적이 과학적으로 연계연동 된 관계성 속에서 ‘Woven City’의 탄생이 가능했다는 의미이다. 여기에 한국이 ‘Woven City’의 행보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다.
혁신의 4단계 프로세스 : 점, 선, 면, 입체
여러 Kaizen(혁신), 혁신전문가들에게 잘 알려진 Kaizen의 4단계 프로세스가 있다. ‘점’의 혁신에서 시작하여, ‘선’의 혁신, ‘면’의 혁신으로의 확대를 거쳐 ‘입체’ 혁신 단계에 들어간다. 불량과 작업생산성,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설비 그 자체나 자공정개선(점), 라인과 작업흐름 개선(선), 공장전체 혁신(면)에 축적된 혁신노하우를 하나의 입체로 망라하여, 사업 확장을 위한 제 2공장 혹은 해외시장 진출 시 설립되는 신공장의 QCD(품질, 코스트, 납기) 경쟁력을 높여가는 혁신 전략개념이다.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단기적 성과 내기식 ‘점’의 혁신단계에 머물러 있거나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6시그마가 그랬다. 핵심은 ‘지속성’이다. 기업 내 ‘인재육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필자의 경험에 비춰 굳이 한일기업의 ‘인재-혁신’관계를 비교하자면 한국은 ‘혁신 잘 하는 인재를 찾거나, 외부 컨설턴트에 자사 혁신지도를 의뢰’하는 경향이 강하며 ‘단기성과’에 관심이 큰 경향을 보인다. 반면 일본은 ‘지속적 개선활동과 혁신단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인재가 육성’된다는 점과 개선의 진목적이 ‘장기적 혁신 인재육성’에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일본기업은 이를 통해 성과까지 덤으로 얻고 있다. 이와 같이, 혁신단계와 인재육성, 성과도출이라는 세 가지 요소와 관계성이라는 관점에 서서 현재 독자가 소속되어 있거나 또는 경영하고 있는 자사조직의 혁신단계를 되돌아보면서 간과했었던 새로운 혁신기회의 발견들이 있기를 바래본다.
‘Woven City’는 혁신의 마지막 단계인 ‘입체 이노베이션’
이번 기고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Woven City’는 마지막 4단계 ‘입체’ 이노베이션이라는 점이다. CES 2025에서도 보았듯이 다른 나라들은 ‘점-선-면’의 이노베이션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일본은 ‘Woven City’라는 ‘입체 이노베이션’을 선보인 것이다. 4단계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돌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본은 이 입체 공간속에 전세계의 최첨단·최적 기술들을 집약시켜 한방에 인류 과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 거점을 지어 세계적 리더 입장에 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물류업계를 포함한 한국의 산·관·학·민이 Toyota의 ‘Woven City’ 행보에 주목해야 할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지금까지 기업 내에 숨어있었던 ‘점-선-면’의 혁신 노하우가 ‘Smart City’라는 입체로 드러남으로 인해 종래의 점→선→면→입체 혁신의 순방향에서 입체→면→(경우에 따라 선과 점은 생략가능)의 역방향으로 혁신 스피드의 단축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이는 한국의 디지털 혁신강점을 살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된다. 둘째, 입체적 이노베이션 벤치마킹을 통해 우리의 ‘약점’분석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약점이 무엇인지 명확히 도출된다면 약점보완을 위한 자체개발이나 협업, 아웃소싱 등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통해 더 빠른 고객근접과 고객선점확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셋째, 협업과 일본진출의 기회이다. 일본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디지털사회로의 진도가 역행한 반면, 우리는 오히려 IT인프라와 더불어 온라인의 생활화는 일본을 앞질러 세계 최고수준에 서 있다. 이에 일본의 Smart City프로젝트 진입에 대한 도전을 권하는 바이다. 우리가 고개 숙여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내심 환영받으며 진입할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그 근거로서 지난호 CES 2025 관련 내용에서 언급하였듯이 한국이 ‘CES혁신상’을 휩쓸었다는 팩트에 있다. 수상 잔치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그 실력을 검증 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가 바로 ‘Woven City’를 비롯한 일본의 ‘Smart City’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Woven City 운영회사인 ‘Woven by Toyota, Inc.’는 해외 스타트업의 적극적인 참여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을 열어놓고 있다. ‘한국이 리더, 일본이 참모 Model’ 즉, 일본과 한국의 강약점 및 상호보완적 협업은 지구상 최강의 조합이라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기도 하다.
우리가 간파하여야 할 ‘Woven’에 숨겨진 진정한 일본속내
먼저 ‘Woven City’를 다룬 몇몇 한국 언론 기사에는 ‘직조도시(織造都市)’라고 번역되는 대목이 있는데 이를 부정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으나 필자 관점에서는 고유명사가 번역된 순간 숨어있는 진실이 매몰되니 고유명사 그대로 사용하는 편이 좋다는 입장이다. Toyota가 굳이 ‘Woven’이라는 용어를 선택한 속내를 살펴보면 마치 면직물을 수많은 날실과 씨실로 한올 한올 끊김 없이 상하좌우로 짜야만 하듯 후지산(천황을 상징)을 정점으로 위로는 정부기관부터 맨 아래 민간인(발명가), 좌우로는 이업종 유관 기업들간의 종횡으로 긴밀한 연계연동을 하겠다는 합리적이며 초과학적 도전이기 때문이다. 즉, Toyota를 축으로 ‘목숨걸고 대통합, 융합, 결합, 단합’하여 세계를 재패하자는 의지로 풀이된다. 조직론의 기본개념과도 일맥상통한다. Toyota는 교묘하다. Kaizen(개선)이라는 쉬운 단어를 미끼로 고강도 전원 참가혁신을 강요하고 ‘인변자동화(自 化)’라는 고유단어를 마치 ‘자동화(Automation)’인 듯 혼동 시켰으며 모방이 어려운 고유의 ‘시쿠미’를 마치 누구라도 도입만하면 자동적으로 결과를 내는 ‘System’인양 다수의 한국기업을 ‘TPS(Toyota Product System)’로 현혹시켰다. 이번 버전은 ‘Woven’이다. 더 이상 그럴듯한 표현에 현혹되거나 휘둘려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럴 듯하여 또 겉만 보고 모방해서는 되려 독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일본인의 고유 행복관의 핵심은 ‘合(합)’
일본인의 행복관에 관해 정면으로 의견을 제시한 논문이나 기사는 흔치 않다. 지금부터는 일본인의 행복관에 관한 필자의 논문 입부발취를 통해 ‘Woven City’와의 연관성을 제시한다. 국가원수의 큰 뜻과 기업, 국민의 뜻이 ‘맞거나’, 업무가 적성에 ‘맞고’, 팀원간의 호흡이 착착 ‘맞으며’ 부부와 연인이 서로 궁합이 ‘맞는’ 상황을 떠올려 보자. 서로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해서 ‘상대를 맞추어 합해지는’ 일은 분쟁과 대립, 불행을 회피시켜 행복의 토대 역할을 한다. 제품은 품질규격에 ‘맞아야’ ‘합격(合格)’이며 수지타산이 ‘맞아야’ 이익을 낼 수 있기에 맞지 않으면 그때까지의 노력은 헛고생이다. 일본인들의 행복관을 이해하는 핵심은 바로 ‘서로 맞추고 합’하는 ‘合(Awase)’에 있음을 전한다. 반면, ‘合(Awase)’이라고 하니 언뜻보기에 순해 보이지만 실은 그 속에는 ‘合’에 어긋나면 ‘배제하고 배제당한다’는 서슬퍼런 의미와 조직을 위해 암묵적이며 맹목적인 ‘복종과 희생’에 대한 강요가 숨겨져 있다. 이렇듯 개개인은 한올의 실처럼 한없이 여리고 상냥하나 그 실들이 ‘合’해져 조직화되었을 때 괴력으로 돌변하는 이유를 이들의 행복관에서 엿볼 수 있다. 일본의 집단주의사회의 특성이 잘 녹아져있다. 그렇다. 일본인은 ‘화합(和合), 합의(合意), 조합(組合せ), 통합(統合), 융합(融合), 집합(集合), 단합( 合), 담합(談合), 결합(結合)’ 즉, ‘合’의 울타리 속에서 행복과 안심을 느낀다고 해석된다. ‘행복’은 일본어로 ‘仕合せ(Si Awase 시아와세)’라고 한다. 즉, 서로 다른 조직과 각자의 고유가치‘仕(Si)’에 ‘서로 합하고, 맞추고, 조율한다는 ‘合わせ(Awase)’를 결합한 조어이다. 그들에게 부와 명예는 ‘合’의 부산물 정도이다. 그들에게 부와 명예는 ‘合わせ(Awase)’라는 표기는 행복의 알몸이며 행복 ‘행(幸)자로 옷을 입혀 ’幸せ’로 표기하며 동일하게 ‘시아와세’라고 읽는다. 어느 기업이든 ‘회의, 미팅’이라는 주요업무가 있다. 일본에서는 ‘打合せ(우치 아와세)’라는 직역이 곤란한 그들만의 은밀하고 디테일한 엄청난 양의 ‘소통과 대화의 合’의 과정이 전개된다. 바로 ‘Woven’의 핵심이 가치 창조가들의 행복을 담보로 진격하는 일본 ‘대통합, 대결합’으로 분석된다. 자동직기로 나아가 자동차로 과거 세계를 재패했듯이 말이다. ‘合’에 따르는 자 ‘시아와세’ 할 것이며 따르지 않는자 조용히 ‘배제’될 것이라는 양날의 칼이 숨겨져 있음을 이해하자. 현재 일본은 그만큼 간절하다. 끝으로 부? 명예? 권력? 건강? 사랑? 우리 대한민국과 우리기업, 사회, 가정, 개개인을 ‘통합’하는 ‘행복’의 공통된 핵심가치는 무엇인지 이번기회에 깊이 되새겨 보고 싶다. 다음호에서는 ‘仕(Si)’Code의 마지막 개념인 ‘제어개념’을 들여다보면서 일본인의 ‘창조방정식’을 제시하고 일본인의 로봇사랑의 근원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 참고 : 豊田(Toyoda : 토요다)는 창업자 가문의 성이며, Toyota(토요타)는 법인명으로 공과 사를 구별하기 위해 명확히 구분되어 표기된다.